MXP Seoul 2026 발표 후기: 두 사람의 분석이 모두의 분석이 되기까지

2026년 9월 17일읽기 4
MXP Seoul 2026 발표 후기: 두 사람의 분석이 모두의 분석이 되기까지

글 · 기정환 (나만의닥터 Product Owner)

9월 10일, Mixpanel이 서울에서 연 비공개 행사 MXP Seoul 2026에서 메라키플레이스의 고객 사례를 발표했어요(관련 기사). Mixpanel 측에서 먼저 발표를 제안해 주신 덕분에 얻은 좋은 기회였어요. 이 글에서는 그날 발표한 내용을 정리해 볼게요.


분석할 수 있는 사람은 두 명뿐이었어요

나만의닥터는 2026년 현재 1등 비대면 진료 플랫폼이에요. 환자가 앱에서 의사를 고르고, 진료를 받고, 약국에서 약을 받기까지의 전 과정을 나만의닥터가 연결하죠.

발표 도중 「1등 비대면 진료 플랫폼이 되기까지」 장표가 띄워진 현장

1등이 되기까지 저희는 유저가 이탈하는 구간을 찾아 하나씩 고쳐 왔어요. 이번 발표는 그 이탈 구간을 누가, 어떤 방법으로 찾았는지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나만의닥터의 제품 팀은 오랫동안 규모가 작았어요. 한국의 비대면 진료 서비스는 해외에 참고할 만한 모델이 없어서, 어떤 기능이 효과가 있는지 저희가 직접 실험해 보는 수밖에 없었어요. 데이터 분석가도 따로 없어서 PO가 유저 행동 데이터를 직접 봐야 했고요. 그래서 PO가 개발자 도움 없이도 유저 행동을 분석할 수 있도록, 2021년 12월에 Mixpanel을 도입했어요.

회사가 커지면서 마케터, 디자이너, 개발자도 데이터가 필요해졌는데, Mixpanel 보드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은 PO 두 명뿐이었어요. 회사에는 Mixpanel 외에 별도 BI 도구도 없었고요. 데이터 질문이 모두 PO 두 명에게 몰리다 보니, 질문 하나에 답을 받는 데 하루씩 걸렸어요. 우선순위에서 밀린 질문은 끝내 답을 받지 못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궁금한 점이 있어도 아예 묻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절반쯤 됐습니다.

AI 이전 분석을 어렵게 한 세 가지 문제를 정리한 발표 장표

정리하면 문제는 세 가지였어요.

  1. 처리할 수 있는 분석 요청의 양이 PO 인원수를 넘지 못했고
  2. 제품 데이터(Mixpanel)와 서버 데이터(서비스 DB)가 서로 다른 도구에 나뉘어 있어서 두 수치를 교차 검증하기 어려웠고
  3. 분석 결과가 링크로 여기저기 흩어져서, 몇 달 뒤 같은 질문이 나왔을 때 다시 찾아 쓰기 어려웠어요.

저희는 이 세 가지 문제를 AI Agent로 풀어 보기로 했습니다.

1. 이벤트 이름부터 통일했어요

구성원 누구나 직접 분석하려면, 유저의 같은 행동은 같은 이벤트 이름으로 기록돼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기존 이벤트를 살펴보니 [Click] Marker on…, [CLICK]MARKER_ON_…처럼 같은 행동인데도 이벤트마다 이름 표기가 제각각이더라고요.

그래서 AI Agent가 나만의닥터 제품 5개의 코드를 전부 읽고, 이벤트 이름을 하나로 정리한 정본 카탈로그를 만들게 했어요.

레거시 이벤트를 정본 카탈로그로 통합한 결과를 수치로 보여주는 발표 장표

그 결과 정본 이벤트 1,137개를 정리했고, 이름만 다른 레거시 이벤트를 927개 그룹으로 병합했어요. 코드에는 있는데 카탈로그에서 빠진 이벤트는 0건이었고요. 사람이 직접 했다면 몇 달은 걸렸을 작업이에요. AI Agent 덕분에 사람은 제안된 병합이 맞는지 판단하는 데 집중할 수 있었는데요. 사실 이 판단 과정도 결코 쉽지 않았어요. 900개가 넘는 병합 그룹을 하나하나 검토하느라 PE 구동현 님이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새 이벤트를 추가할 때도 이름이 다시 흩어지지 않도록, 기획서와 Figma 시안을 AI Agent에 넣으면 규칙에 맞는 이벤트 이름과 프로퍼티 초안을 만들어 줘요. 사람은 그 초안을 검수해서 등록하기만 하면 되고요.

2. 데이터를 묻는 곳을 하나로 합쳤어요

다음으로 Claude Code에 데이터 소스를 연결했어요. Mixpanel, Linear, 사내 지식 베이스는 MCP로, 서비스 DB는 Redash API로 연결했죠. 이제 구성원은 직군과 상관없이 Claude Code에서 데이터에 대해 묻고 바로 답을 받을 수 있습니다.

데이터 소스, 접근 계층, Claude Code 워크스페이스, 산출물로 이어지는 구조도

  • SQL 없이 물어봐요. "지난주 예약 전환율을 신규·재방문으로 나눠줘"라고 요청하면, 에이전트가 Mixpanel과 서버 DB를 함께 조회해서 두 수치가 맞는지 대조해 봐요.
  • 분석 결과는 문서로 남겨요. 분석 결과는 HTML 문서로 발행해 링크로 공유하고, 팀 OKR 지표 트리는 /init-okr 명령으로 만들어 매일 자동으로 갱신하고 있어요.
  • 터미널이 익숙하지 않은 구성원은 슬랙에서 요청해요. 슬랙에서 사내 코드봇에게 요청하면, 코드봇이 데이터 조회부터 코드 분석, PR 작성까지 처리해 줘요.

제가 실제로 얼마나 쓰는지 사용 기록도 세어봤어요. 6주 동안 Mixpanel MCP를 343번 호출했는데, 그중 보드를 만든 호출은 7번뿐이었어요. 나머지 336번은 전부 데이터 조회였죠. 보드를 만들어 두고 들여다보기보다, 궁금한 게 생길 때마다 Mixpanel에 바로 물어보는 식으로 쓰고 있는 셈이에요.

3. 시행착오는 스킬에 기록해요

AI Agent로 분석하다 보면 틀린 결과가 나올 때도 있어요. 에이전트가 조회한 결과가 0건이라 데이터가 없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시간대(타임존)를 잘못 변환해서 생긴 문제였던 적도 있었고요.

저희는 이런 실수 사례를 팀 공용 저장소 meraki-skill의 스킬 파일(LEARNINGS.md)에 적어둬요. 에이전트는 분석을 시작하기 전에 이 기록을 먼저 읽고, 분석이 끝나면 새로 알게 된 내용을 기록에 덧붙여요. 같은 교훈이 세 번 쌓이면 에이전트가 스킬 본문 자체를 고치자고 제안하고요.

grok-data 스킬의 LEARNINGS.md에 기록된 실제 교훈 세 건을 보여주는 발표 장표

기획서(PRD) 작성 과정도 같은 방식으로 문제 진단, 근거 수집, PRD 작성, 리뷰, 실험 판정, 종결의 6단계로 나누고, 단계마다 전용 명령을 만들어 두었어요. PRD에 들어가는 수치는 사람이 손으로 옮겨 적지 않고, 전부 에이전트의 조회 결과에서 그대로 가져오고요.

팀이 매일 보는 지표 문서 10종은 데이터 수집부터 검증, 발행까지 매일 자동으로 진행되는데요. 39일 동안 운영해 보니 10일은 데이터 수집에 실패했어요. 하지만 실패한 날마다 파이프라인이 발행을 멈추고 전날 값을 그대로 유지해서, 잘못된 수치가 팀에 공유되지는 않았어요.

무엇이 달라졌나

BEFORE는 질문이 PO 두 사람 앞에 줄을 서고, NOW는 마케터·디자이너·개발자·PO가 각자 데이터에 직접 닿는 모습을 비교한 발표 장표

예전에는 구성원이 데이터가 필요하면 PO에게 요청하고 답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어요. 지금은 마케터, 디자이너, 개발자가 필요한 데이터를 각자 직접 조회하죠.

PO의 일도 달라졌어요. 지표 조회나 보드 제작, 데이터 요청 중개는 에이전트가 맡고, PO는 어떤 문제를 풀지, 이 수치를 믿어도 되는지 판단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있어요.

회사 차원의 기반

이렇게 일하는 방식이 PO 개인의 작업 방식에서 끝나지 않은 건, 회사 차원에서 함께 움직였기 때문이에요. 메라키플레이스는 AI-Native Company를 경영 방침으로 정했고, 인턴부터 C레벨까지 전 임직원이 업무를 내려놓고 하루 9시간 동안 AI Intensive Workshop에 참여하기도 했어요.

또 구성원 누구나 같은 환경에서 AI를 쓸 수 있도록, 아래와 같은 사내 기반도 만들어 두었습니다.

  • meraki-brain: 문서와 의사결정 기록을 모은 조직 지식 베이스
  • meraki-plugin: 개인이 만든 스킬을 검수해서 전사에 배포하는 도구
  • meraki-launchpad: 로그인, 권한, 보안을 대신 처리해 주는 사내 도구 배포 플랫폼

이런 기반 덕분에 저 말고도 여러 구성원이 각자 AI로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있어요. 자기 전에 에이전트에게 개발 작업을 맡겨두는 PE의 사례(PE의 AI 에이전트 운용 일상)나, 다른 PO가 모니터링 봇을 직접 개발한 사례(PO의 모니터링 봇)도 있고요.

AI 모델은 앞으로도 계속 바뀌고, 팀에는 새로운 사람이 합류할 거예요. 그래도 데이터를 묻는 곳, 분석하는 방법, 분석 결과를 남기는 곳이 정해져 있으면, 새로 합류한 사람도 기존 구성원과 같은 방식으로 일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기반은 개발자만 만드는 게 아니에요. PO, PD, PE, CX, MKT, HR, Sales, Strategy까지 모든 챕터의 구성원이 각자 자기 업무의 문제를 AI로 풀면서 이 기반을 함께 넓혀 가고 있어요. 다음에 이 기반을 넓힐 사람이 당신이면 좋겠습니다. 메라키플레이스 채용 페이지에서 기다릴게요.